음식이 있는 풍경 - 대전 유성구 신성동 파스타
점심시간에 다녀온 신성동 파스타집 "음식이 있는 풍경"
단체로 방문을 한거라 급히 예약했는데도 2층 홀로 안내해주셨다.
사진은 음식 사진 몇개 밖에 없다.
일단 위치가, 신성동 지구대 바로 옆에 있어서 골목에 주차만 잘 해결하면 만사 오케이.
완전 식당가 쪽은 아니라 그런지 낮시간에 나름대로 골목주차할만 하다고 생각했다. 내 차로 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 신성동에서 몇년을 살았는데....
사실 저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신성동 제2 공영주차장이 있기에(옛날 내가 살던 곳 바로 앞임).
크게 주차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는 식당이었다.
내 말이 맞제? 한블락만 걸으면 된다.
저기 코스모빌 바로 옆에가 우리집이었어서 잘 알지.
나 쫓아낸 집주인아. 잘 살고 있습니까?
크흠... 원래 음식이 있는 풍경은 생긴지 오래되지 않은 집이다.
한 6~7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저 자리에 원래 "뜰이 있는 집" 이라고 해서 카페가 있었는데
장사가 잘 안되는 것 같더라니 가게가 바뀌었다.
내가 그렇게 얘길 했는데 아무도 안믿는 눈치인 우리팀 사람들..
심지어 종업원도 자기네 가게 이전에 그 자리가 카페였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더라.
그 건물 그대로 내부 인테리어만 살짝 바꿔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개업한 것이다.
신성동 파스타 최강자였던, 엘마노가 사라져서 그 틈을 노린 것 같기도...

지금 여기가 낭랑일거고, 낭랑 전에는 뭐 무슨 이상한 수비드 통닭집이었는데... 원래는 파스타 찐맛집이었던 엘마노였다.
여튼 급하게 출발하면서 바로 전화로 예약을 하니, 2층에 있는 홀자리로 안내를 해주셨다. 2층의 홀자리는 6인용 테이블이 여닫이식 칸막이를 두고 두 개가 배치되어 있으니 총 12명정도 단체까지는 식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점심에 갔으니, 점심코스가 국룰이다.

음식이 있는 풍경 메뉴판
점심 코스는 2인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며, 가격은 1인당 3만원이다.
메뉴 첫째줄 부터 4번째 줄까지는 공통이고...(아니 나도 뭔지 모르니깐 묻지마라. 이태리말을 내가 어케아누;;)
메인 식사류를 하나 고르면 후식(아이스크림 + 음료: 커피, 홍차, 꽃차 중 택 1)까지 제공이 된다. 참고로 메뉴 옆에 +되어 있는 건 추가금임.
나는 메뉴판 보자마자 마음 속으로 소꼬리찜리조또를 골랐다가, 입으로 "네, 저는 봉골레로 하겠습니다!" 해버렸다.
여기는 벨이 따로 없어서,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을 딸랑딸랑 흔들면 카운터에서 직원이 두두두두두하고 올라와서 주문을 받아주신다. 그리고 주문이 완료되면 음식을 순서대로 가져다 주시는데, 메뉴 하나에 한 5~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엄청 빠르게 뚜다다다다 나오지는 않음.
가장 처음에 나온 건 완두콩이랑 무슨 딸기 생크림 어쩌고 저쩌고. 아뮤즈 부쉬?라고 부르는 것 같다. 잘 모르겠으면, 위에 메뉴판에 써 있는 설명을 보고 그렇구나 하면 된다. 나는 아보카도 퓌테?가 뭔지도 모르고, 리코타 생딸기는 생딸기만 안다. 리코타 치즈가 이렇게 식초마냥 시큼한 건 줄 알았으면 입에도 안댔을 것이다(아세트산... 초산 혐오자임. 회먹을 때도 초간장, 초고추장 안먹고 진간장에만 살짝 찍어서 먹는다 나는..)
근데 다 맛있다고 해가지고... 나는 워낙에 양식 이런거 잘 모르니껜.. 맛있는 갑다.... 했다.
아참, 그리고 메뉴를 서빙해주시는 분이 간략하게 이게 뭔 요린지 설명도 해주신다. 한참 떠들고 있으면 '아아, 주목주목. 잠시 메뉴 설명이 있것습니다잉.' 이런 느낌으로..
뭔가 원피스 상디가 생각나서 좀 재밌었다.

레이디~~~ 이 음식은 어쩌고 저쩌고 나는 부주방장인 상디니라.

에 또... 메뉴 ㅇ이름 때문에 자꾸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거 개짜증나네. 아몰랑완두콩하고 리코타생딸기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은 꼬치요리.. 가 아니고 소고기 야채쌈 같은 건데 이것도 시큼한 맛이 났다. 아마 발사믹 식초 같은걸 저 위에 풀떼기에다가 뿌려서 그런 것 같은데... 나는 원래 샐러드를 안먹으니깐 웜매 이게 뭔 음식들이 다 시큼시큼허냐 싶었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은 또 아주 맛있다고 막 환장하고 먹었다.
ㅇㅅㅇ.... 나는 짜장면 먹는다고 그래서 좋아서 따라갔는데....

카르파치오
카르파치오라고 한다. 밑장에 깔린 뻘건 놈은 무려 한우!! 한우라고 함!! 한우는 사랑이지.
나는 밑장만 살짝 빼서 입에 넣고 풀떼기는 앞접시에 버렸다.
말하다보니깐 뭔가 악평을 하려고 하는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내가 음식맛을 까려고 하는게 아니라.. 진짜 주변에서는 다 맛있다고 막 드심...;;; 나는 원래 양식을 잘 못먹으니껜....
자자.. 빨리 다음 것을 가져오너라. 나도 먹을 수 있는 요리가 하나는 있겠지...!!!
했는데 바로 내가 먹을 수 있는 게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오징어 먹물 주먹밥 튀김 꼬치요리.

아란치니
오징어 먹물로 만든 주먹밥 안에 치즈를 넣고, 겉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다음 깻잎 페스토를 얹어서 꼬챙이에 끼운 그런 요리다. 한 마디로 먹물 주먹밥 튀김. 이건 꽤 괜찮았다. 오징어 먹물의 고소함과 더불어 다양한 식감/향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내가 먹을 줄 아는 건 이렇게나 잘 먹는 사람이다. 내가 뭐 딱히 편식이 심하다거나... 하지.
저거까지 먹으면 이제 전채요리 종류가 끝나고, 메인 메뉴인 파스타랑 빵을 갖다 준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면 직접 빵을 굽는 곳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여기는 바게트빵을 사다가 파는 것 같았다. 무쟈게 딱딱해서 어렸을 때 그걸로 머리 때리면 드럽게 아팠던 그 빠게트빵... 파스타 다 먹고 그거 빵쪼가리 먹는데 빠삭빠삭 소리가 너무 크게 나가지고 좀 민망할 정도였다.
같이 온 일행들은 토마토 허브 파스타랑 카치오 페페를 시켰고, 나는 봉고레를 시켰다. 그래서 사진이 봉골레밖에 없다-_-;;;

세로형 봉골레

가로형 봉골레
맛은~~~~~ 봉골레를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꽤나 맛있었다. 면이 익은 정도도 괜찮았고..
한참 먹다가 주변을 보니깐 다들 맛있게 잘 드시는 것 같았다. 그 때 유독 카시오페페가 눈에 확 들어왔는데, 이유인 즉슨 파스타 면이 마라탕에 들어가는 분모자처럼 생겼다. ㅇㅅㅇ... 우동면 보다는 둥글고 두꺼운데 분모자보다는 쬐끔 가느다란? 근데 그 안에 속이 비어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 특이한 면에 크림소스를 얹은 게 카시오페페... (머릿속에 잘 메모해놨다가 나중에 먹어봐야지)
파스타를 다 먹을 때 쯤, 여직원분이 오셔서 디저트 설명을 해주시고 금방 가져다 주셨다. 디저트는 사진이 없다. 쳐먹느라 안찍어가지고.....
일단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기본으로 나왔다. 이것도 특이한 게 아이스크림 밑바닥에 아주 얇은 파스타면을 튀긴 다음 깔아놔서 빠스락 거리면서 부숴지는 재미있는 식감을 주도록 트릭이 들어가있었다. 아이스크림 위에는 견과류를 갈아서 뿌려놨었고... 즉 위아래로 두번 빠삭빠삭한!!! 한 번에 두 번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라고나 할까.
나는 아이스크림을 조금 남겨두었다가 금새 나온 아메리카노에 풍덩해서 마무리하였다.
총평을 해보자면,
주변 식당들과 비교해볼 때 런치코스 기준 단가대비 상당히 훌륭한 식사를 맛볼 수 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직원이 무슨 집사처럼 정중하게 대해줘서 대접받는 기분으로, 다들 기분좋게 식사를 했다고 하니.. 이 정도면 누구와 같이 가던지 간에 불쾌할 일 없이 깔끔하게 식사한끼 할 수 있는 식당이 아닐까.
게다가 2층 창가 너머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정원의 풍경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내가 차마 사람들 얼굴 사이로 그걸 찍을 수는 없었고...
찍은 음식 사진들의 그림자 방향을 보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거라고 생각한다.
음식은 꼭 맛으로만 먹는게 아닐 수도 있다는..
그런 새로운 관점을 부각시켜준 식당이라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평점은 5점 만점에 4.3점 정도?
굳굳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