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유주 에뮬레이터 소송
비단 닌텐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게임 회사, 콘솔 게임기 제작 회사들은 늘 불법 복제 및 저작권 침해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며칠전 닌텐도 미국 법인이 닌텐도스위치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던 유주(Yuzu)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해배상 및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이 있었는데, 내가 요새 잘은 못해도 게임을 워낙에 좋아하기에.. 그에 대해 얘기를 안할 수가 없어서 살짝 남겨보고자 한다.


닌텐도스위치 vs 닌텐도스위치 에뮬레이터인 유주. 사진출처: 한국닌텐도 공식 홈페이지(좌), 유주 오피셜 페이지(우)
저번 주에 나온 관련 기사
디지털 투데이
콘솔게임에 있어서 불법복제 및 저작권에 대한 이해
추억의 씨디스페이스와 CRT 모니터 시절의 PC방
해당 이슈를 접한 이들 중, 레트로 게임이나 에뮬레이터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상당히 의아했을 것이다. 타 플랫폼의 하드웨어를 이종간에 실행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에뮬레이터"의 개발 그 자체는 그 동안 불법이라고 여겨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그 과정에서 불법으로 게임롬이나 시스템을 추출해서 저작권을 무시하고 배포하는 행위와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취해진 부당한 이익들이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복제물에 대한 '배포' 라는 행위가 없다면, 롬파일이나 콘솔 하드웨어의 개조같은 경우 해당 제품의 소유권 관점에서는 아슬아슬하게 합법의 범주 내에 들어오기에. 정당하게 입수한 '내 물건' 에 대해 내가 어떻게 쓰던 그것은 소유주의 자유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추억의 씨디스페이스(좌) 및 당시 PC방 전경. 이미지 출처: 구글이미지검색
예를 들자면... 예전에 한참 씨디스페이스나 데몬 같은 가상 씨디롬 소프트웨어가 성행할 당시에 스타크래프트 CD를 샀다고 해보자. 사실 CD게임은 매번 CD를 집어넣었다가 뺐다가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필히 동반이 되는데, 씨디가 씨디롬에서 돌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기스도 생기고 훼손의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PC방 같은 곳에서는, 손님에게 CD채로 줬다가 들고 튀면 씨디값도 씨디값인데 장사를 아예 말아먹기 일쑤여서 저런 프로그램들을 필수로 사용하곤 했다.
가상 씨디롬 프로그램이 해주는 일은 씨디를 통채로 구워서 가상 드라이브에 마운트 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했고, PC방 사장님들은 해당 이미지 원본 파일을 초중딩들로부터 하드 어딘가에 잘 숨겨두기만 하면 되었기에.. 아주 널리 사용되곤 했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복제 행위 자체를 저작권 침해로 간주할 경우, 그 수많은 PC방 사장님들은 매출을 상회하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분들은 해당 게임 CD들을 정당한 방법으로 구매하였을 것이기에 위와 같은 위험 부담을 감당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자연스레 비슷한 논리가 레트로 게임이나 콘솔 게임에도 적용되어져 왔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콘솔게임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렇고, 실제 판례들도 그렇고 개인이 개인의 편의를 위한 복제와 개조 등은 소유권의 범주내에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타이틀'에 한하여는 그렇다.
그렇다면, 이종 플랫폼을 사용하여 구현된 하드웨어의 소프트웨어적인 구현은 어떨까? 그건 해당 기기의 특허가 어느 영역까지 걸쳐져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허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상세하고 구체적인 항목들을 포함하게 되어 있어서 침해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들이 대개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게 아니라면, 특허침해 분쟁이 왜 생기겠는가? 애당초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특허를 침해할 수 밖에 없도록 특허를 내면 되는 것을.. 특허 무단사용에 관련된 건을 제외하고도, 삼성 애플 구글 같은 거대 기업들이 괜히 특허 분쟁에 휘말리고 몇년에 걸쳐서 소송을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닌텐도 스위치를 포함하여 게임 콘솔과 관련된 특허는 플랫폼이나 하드웨어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산 레트로 게임기들 제외하고... 걔네들은 좀 특이 케이스라고 봐야한다. 버젓이 출시되어 팔리고 있는 상품들을 보면 저작권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다고 봐야하고 정부도 그걸 허용하는 수준...
유주(Yuzu)는 무엇이 문제였나?
그렇다면, 이번에 문제가 유주의 경우는 무엇이 다른가? 기사에서 밝힌 내용들을 요약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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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는 불법 복제 롬파일을 다운받는 사이트 등으로 유도하고 있었음.
- 도네이션으로 꽤 많은 수익을 거둠. 후원자는 미공개 버전을 사용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음.
- 이게 가장 큰 부분인데, 타이틀 리스트를 암호화해둔 prod.keys 파일과 title.keys 은 유주에서 구현한 파일이 아니라 닌텐도스위치 본체에서 추출해야하는 파일임. 개인 사용자가 본인의 스위치에서 이걸 추출해서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유주는 스위치에서 추출된 해당 파일을 다운 받을 수 있는 곳을 공식적으로 안내하고 있어서 사실상 배포하고 있음과 다름이 없다는 점. 해당 파일이 없으면 롬파일을 구해도 에뮬레이터 내의 타이틀 리스트에 표시되지 않기 떄문에 유주 구동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파일이었다.
게다가 유주는 안드로이드에서 구동이 가능하도록 안드로이드 빌드도 배포하고 있어서, 레트로이드 포켓 4프로 같은 고성능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용 게임기에서도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거의 뭐 무슨 갓갓이었지. 유주 개발팀은 3DS 에뮬레이터인 씨트라(Citra)도 같이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닌텐도에서 눈엣가시로 볼만도 했다.
즉, 유주가 아주 살짝이지만 선을 넘긴 했다고 본다. 그럼 류진은? 류진은 왜 가만히 두느냐? 류진도 계속 개발되고 있는 에뮬레이터이고 똑같이 닌텐도의 암호화된 파일을 필요로 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유주를 많이 쓰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유주를 너무 잘만든게 문제일 수도 있고... 가장 거대한 본진을 하나 조져두면 나머지는 알아서 기어다닐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유투브 게임 채널 중 레트로 게임이나 핸드헬드 콘솔을 다루는 채널을 보면, 닌텐도스위치 에뮬레이팅은 무조건 다 유주로만 돌리고 있다. 이유는? 당연하다. 잘만들어서.. 프레임이 잘나오니깐.
소송의 승패는?
오늘 유주를 개발하던 트로픽 헤이즈는 백기를 들었다. 240만 달러(대충 31억쯤 되나봄)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에뮬레이터 개발 중단 및 Yuzu 공식 사이트를 닌텐도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원래 소송 요구 내용에는 채팅방, 소셜 미디어 계정에 대한 영구적 금지 명령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오피셜 홈페이지도 넘어가는 마당에 커뮤니티 계정도 같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투데이 "스위치 에뮬레이터 '유주'저작권 침해소송 제기" 기사 중에서 발췌
원칙적으로는 합법이지만, 닌텐도 스위치 에뮬레이터인 유주의 경우에는 그 원칙을 벗어난 셈. 그 원칙은 A to Z 모두 자체적으로 돌아가게 만들면 합법이라는 소리다. 사실 현재 대부분의 에뮬레이터들이 해킹된 게임기기의 바이오스 파일이 있어야 돌아가기 때문에 죄다 원칙을 따지면 모두 불법이라는 뜻과 다름이 없다. -_-;

현재 https://yuzu-emu.org 상황
해적질은 절대 우리의 의도가 아니며, 비디오 게임과 콘솔기기의 해적질은 없어져야 한다고 굳게 믿고있다는 유주의 입장문. 그래 나도 그렇게 믿는다.


사라진 유주 깃허브와 그것을 비웃듯 새로 생겨난 유주 미러 아카이브

없어져? 누구 맘대로 없어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인터넷의 무서운 점이다. 없애? 누구 맘대로 없애? 정부 맘대로 없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쌉 인터넷. 우린 절대 봐주지 않는다. 어제자 최신 빌드까지 올라와 있으니... 일단 나도 다운 받아두긴 해야겠다.
왜 하필 지금에서야 유주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을까?
유주가 등장한지 이미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는데, 왜 이제서야 소송을 했을까? 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가장 유력한 추측으로는 앞으로 발매될 스위치2 기기의 매출에 영향을 미칠까봐가 첫번째일 것 같고... 두번째 이유는 일부러 방치했다가 한번에 뜯어먹으려고 판돈을 좀 키워놨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젤다왕눈 같은 경우에는 정식 출시도 이전에 유출이 되어 당시 난리도 아니었는데 가만히 있었던 걸 보면... 법적 대응을 위한 준비 기간이 그 정도로 길었을 것 같지는 않고, 롬파일 다운로드 규모를 타이틀 판매 규모로 덮어쓰기 위한 큰 그림?은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정식 타이틀을 구매해서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억울할만 한게, 에뮬레이터를 사용하고 PC의 사양이 좀 좋다면 휴대용 모드에서 720p, 독모드에서 1080p로 돌아가는 게임들을 4K 60프레임까지 돌릴 수 있었으니 돈 주고 플레이하는 본인들보다 불법복제가 더 좋은 성능을 내는 불합리함을 느꼈어야 할테니..
결국은 스위치의 후속기기.. 스위치2의 출시
그래서 요란하게 나라시를 한번 해놨으니, 그 자리에 스위치2가 딱 눕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스위치2는 대체 언제나오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작년 연말, 올해 초까지만 해도 3DS같은 클램셸 디자인을 갖추고 2024년도 하반기에 출시될 거라는 설이 매우 유력했으나 한달만에 내년 상반기 설이 유력해졌다. 닌텐도 측에서는 늘 그렇듯이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
닌텐도 스위치2 발매일을 발표하는 순간, 쌓여있는 닌텐도스위치(기본형) 또는 닌텐도스위치 OLED 버전의 재고처리가 어려워질테고.. 그렇다고 스위치2 발매전 이전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줄이면 바로 스위치2 발매준비한다고 기사가 나올테니. 언제나 후속 기기의 출시는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유독 하드웨어 사양을 짜게주는 닌텐도였기에 지금의 스위치는 거의 하드웨어 한계에 다다랐다고 할 수도 있다. 같은 어쌔신 크리드라도 해도 스위치에서 돌리는거랑 플스로 돌리는 거랑은 깜냥이 그냥 완전히 다르다.
닌텐도가 풀 3D 게임을 등지고 갈 게 아니라면, 아마 올해 연말 즈음에 발매가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라는 전세계에 게임기를 팔아먹을 대목을 놓칠만큼 바보는 아닐테니... 작년인가에 출원된 특허 정보에 의하면 닌텐도에서 클램셸 구조의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의 디자인 특허 출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정보가 나오자마자 모두가 저런 식으로 닌텐도스위치2는 클램셸 구조를 가지게 될 거라고 루머가 싹 돌았지.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긴 하다. 아랫쪽 디스플레이를 인벤토리로 활용하고 안하고는 차치하더라도, 3DS 때처럼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있는 스틱은 조작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클램셸 구조로 나온다면 좌우 컨트롤러 배치가 저런 방식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본다.
뭐.. 이번 소송건은 꽤나 재미있는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콘솔게임기 역사에 있어서 불법 게임롬파일 공유가 아닌 에뮬레이터 개발사를 상대로한 소송이었고. "원칙적으로 에뮬레이터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합법"을 인정하고 있는 미국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레트로게임이나 에뮬레이터 개발 행보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될 것 같다.
(라고 썼지만, 과연 닌텐도가 앞으로 에뮬레이터 개발을 냅둘지 안냅둘지....)
그건 그렇고. 빨리 스위치2나 내놓으라거 닌텐도 놈들아!!!
참. 이런 내용들이 재밌게 느껴진다면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를 한번쯤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많은 내용들을 알 수 있음.
아, 참고로 나는 넷플릭스 해지함.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