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에서 아무 장(field)이나 갖다가 적분한다고 퍼텐셜이 될 수는 없다고 했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업로드를 하고 나니 왠지 신경이 쓰여서, 그 이야기를 좀 더 해보는 게 전체적인 그림에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텐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장(field)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
물리에서 말하는 장의 개념은 주로 어떤 원천으로부터 발생한 힘이 작용하는 원리로써의 장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공간상에 m1의 질량을 갖는 물체 A가 있다고 하자. 같은 공간에 질량 m2를 갖는 물체 B를 아무도 모르게 가져다 놓으면 물체 B는 A의 중력에 의해 F = G*m1*m2/(r^2)의 힘을 받게 된다. 여기까지는 매우 자명하다. 근데, 왜 힘을 받는가에 대해서, 즉 물체 A가 물체 B의 존재를 어떻게 알아차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힘을 작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게 대체 무슨 매지컬 원격작용이란 말인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장(field)의 개념이다. 공간이 휘어지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거기에 같은 종류의 charge를 띈 무엇인가를 가져다 놓으면 힘을 받는다. 라는 건데.. 비유하자면, 침대에 한 가운데에 볼링공을 놓으면 볼링공을 중심으로 굴곡이 생기고, 그 굴곡에 테니스 공이나 탁구공을 놓으면 볼링공 쪽으로 굴러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잘 이해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힘의 작용은 이런식으로 장의 개념을 활용하여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그 크기가 힘을 미치는 대상을 단위 전하(unit charge)로 한정하였고, 공간상의 모든 좌표에 단위전하가 있다고 가정하면 거리 혹은 시간에 따라 물체A가 단위전하에 미치는 중력의 크기를 모든 공간상의 좌표에 1대1로 대응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이 1대1 대응관계를 수학적으로는 단지 함수라고 부르지만, 물리적으로는 장(field)이라고 부른다. 힘의 종류가 중력이면 중력장, 전기력(쿨롱 힘)이면 전기장, 자기력이면 자기장.. 등등
*charge에 대한 우리말 번역이 애매해서 앞으로는 그냥 전하로 혼용하도록 하겠다. charge의 물리적인 의미는 그야말로 원천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적당한 단어가 없다. 예를 들면, 중력 charge = 질량, 전기 charge = 전하 등인데... 일반화할 수 있는 단어가 없네.
힘의 원격작용의 원리를 설명함에 있어서의 장은 특별히 역장이라고 부른다. 근데 힘은 크기와 방향을 갖는 벡터량인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 말은 역장에 대해선 공간상의 모든 좌표에 대해 크기와 방향을 갖는 하나의 벡터를 1대1로 매칭시킬 수 있다는 뜻이 되고, 이와 같은 장을 더더욱 특별히 벡터장(vector field)이라고 한다.
항상 이 벡터장과 그냥 장(스칼라 장)의 개념을 소개할 때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바람과 온도이다. 바람이 안부는 곳은 null 값이니까 에러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바람이 안부는 곳에서는 0을 대입시키면 된다. 여튼, 바람은 크기와 방향을 가지고 있고 모든 공간에 매칭시킬 수 있다. 반면 온도는 지역에 따라서 다 다르지만, 방향은 없다. 그냥 크기만 가지고 있을 뿐. 따라서 바람은 벡터장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고, 온도는 스칼라장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벡터장과 스칼라장을 나눌 수 있는데, 우리가 관심있는 것은 힘의 작용원리로서의 벡터장인 바로 역장이며 이걸 가지고 여러가지를 할 수가 있다. 적분도 하고, 미분도 하고, 적분을 두번하기도 하고, 미분을 두번하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할 수 있다.... 적분도 하고 미분도 하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일(work)을 정의하는 것이고, 단위전하에 대한 퍼텐셜을 정의하는 것이고, 심지어 에너지 보존법칙도 정의할 수 있고, 그린함수도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그린함수는 미분연산자의 역연산을 수행하는 놈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뭐 이건 언젠가 나중에 수리물리학 카테고리에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다시 벡터장과 스칼라장으로 돌아와서, 벡터장의 아주 특별한 경우에 벡터장 내에서 선적분 값이 경로에 의존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 이건 그림을 좀 추가해야 되는데....... 조금 쉬고 그림을 그리도록 하겠다..
순식간에 그림이 완성되었다.
생각해보니, 경로적분을 하기전에 선적분을 먼저 얘기해야 했다. 선적분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도 하고 많이 해보기도 한 것이다. 언제 했냐면, 고등학교 때 일(work)을 정의할 때 이미 해봤다. 벡터장 F에 대해서 공간 상의 두 점을 잇는 어떤 선을 따라 적분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거운 물체들고 구불구불한 경사길을 올라갈 때라거나... 넓디 넓은 3차원 공간상에서 꼭 그 경로를 따라가야한다는게 바로 경로적분이다. 경로 적분의 계산은 경로를 아~~~~주 잘게 쪼개서 그 쪼갠 방향의 작은 경로 벡터와 그에 대응되는 벡터장의 값을 내적한 뒤에 다 더하면 된다.
그냥 적분의 정의랑 똑같은데, 단지 벡터 내적의 적분이라는 뜻. 여튼, 이렇게 선적분을 어떤 경로를 따라 수행한다는 것이 바로 경로적분이다. 위의 적분은 네이버 수식 편집기가 개같아서 부정적분으로 썼지만, 경로적분은 정적분이다. 또한 벡터의 내적을 모두 합한 결과이기 때문에 최종 적분값은 스칼라값이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퍼텐셜은 바로 이 스칼라 퍼텐셜에 해당한다. 전위라거나, 역학적 에너지의 위치에너지라거나 하는 것들이 이런 것들이다.
다시 선적분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연산에 대해서 아주 가끔씩 선적분이 경로에 무관한 아주 특별한 벡터장들이 있다. 다음의 경로 A, B, C를 따라 경로적분을 수행한다고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선적분은 어떤 경로를 따라 적분을 수행했느냐에 따라 값이 다르다. 하지만, 어떤 특별한 벡터장들은 위의 경로 A, B, C 중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관계없이 적분 구간이 같다면 선적값이 동일한 경우가 있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이러한 벡터장들을 특별히 보존장(conservative field)이라고 부르고, 그에 해당하는 힘을 보존력(conservative force)라고 한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1kg짜리 덤벨을 500번 들었다 놨다한 뒤에 어떤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는데, 받침대를 제거하자마자 덤벨이 미친듯이 요동치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다행히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덤벨은 지면으로부터 받침대의 높이 만큼의 위치에너지만 갖는다.
중력장은 선적분이 경로에 무관한 특별한 벡터장의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가 고등물리에서 배웠던 역학적 에너지 보존법칙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특별한 경우의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다. 결국 이게 무슨 뜻이냐면, 외부에서 일을 해주었을 때에 그 일의 양이 다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에너지로 보존이 되는가 안되는가를 판별하는 근거가 된다. 우리는 전자의 경우를 퍼텐셜(potential energy)라고 불러왔다. 그냥 퍼텐셜하고 퍼텐셜 에너지하고는 또 좀 다르지만...
이제 좀 뭔가 퍼즐이 맞춰져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프롤로그에서의 아무 장이나 다 적분한다고 되는게 아니란 말은 이런 관점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선적분이 경로에 무관하다는 것은 대체 어떤 조건인가. 3차원 공간에서 경로는 무한히 많기 때문에 일일이 계산을 통해 확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조건을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바꿔봐야 한다. 이 부분은 먼저 벡터의 미적분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존장은 스칼라 퍼텐셜의 그래디언트로 기술할 수 있고 스칼라 퍼텐셜의 그래디언트의 컬은 0이 된다. 증명은 수리물리학 카테고리에(언젠가...)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결론만 말하자면, 선적분이 경로에 무관하다는 조건은 벡터장의 회전이 0일 때 성립한다. 컬(curl)이 0이면 선적분이 경로에 무관하게 된다. 참고로, 자기장의 경우 컬이 0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기장의 경우 자기 홀극자 즉, 자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아직까지 발견된 적은 없다. 그러면 자기퍼텐셜은 없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자기퍼텐셜은 벡터 퍼텐셜로 그 정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스칼라 퍼텐셜과는 다르다. 자기장의 벡터적인 기술은 스칼라 퍼텐셜의 그래디언트가 아닌, 벡터 퍼텐셜의 컬로서 기술한다. 이 부분은 나중에 자기장을 다룰 때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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