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볼 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점심으로 해치운 초당 순두부. 뭐 딱히 뭘 받아쳐먹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기록을 남겨두자는 측면에서 몇 자 찌끄려 본다.
강릉에서 일정을 마치고 토요일 이른 점심 쯤 되었을까. 메뉴를 고민하던 차에 여기까지 왔으니 그 유명한 초당 순두부를 먹어보기로 결정하고 출발했다. 강릉에 가면 거리 곳곳에서 초당초당~ 두부두부~ 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강원도/강릉을 잘 아는 일행의 안내로 원조들이 모여있는 순두부거리에 도착했다.
실제 주소도 강릉시 초당동 초당순두부길인 이곳은 12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대부터 수 많은 차량들로 북적거렸다.
이 거리에는 대충 예닐곱개 정도 초당 순두부 전문점이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한 곳의 주차요원이 나와 이미 만차 상태이니 다른 곳으로 가라는 안내를 한다. 우리가 원래 가려던 곳도 사실은 그 집이었지.. 결국은 대기하러 들어가지도 못하고 다른 곳으로 차를 돌려서 지금 포스팅하고 있는 '초당할머니순두부' 라는 곳을 선택했다.
여기도 주차장은 만차상태. 그나마 다른 곳보다 주차장이 넓어서 잠시 대기하다가 주차되어 있던 차량 두 대가 나간 다음에서야 주차할 수 있었다. 번호표를 뽑으니 12팀 정도 지나야 순번이 돌아온다고 한다. 뽑았던 번호표가 059였으니 이미 정오도 안되어서 최소 50팀 이상이 이 곳을 찾았다는 뜻이겠지. 구글링을 통해 식당 정보를 대충 찾아보고 음식 사진과 대기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훑어보면서 마음 속으로 진카와 뻥카의 셈을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음식 맛에 대한 의구심이 가신다.
그렇게 2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길었던 대기가 끝나고 내부로 입장.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메뉴표다.
식사 메뉴는 딱 두 가지 뿐이다.
1. 순두부 백반
2. 얼큰 째복 순두부
작게 쓰여있긴 한데, 째복이란 말은 모시조개를 뜻한다. 강원도 사투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바지락 순두부 찌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당연히 얼큰째복순두부를 시켰다. 순두부 백반은 글자 그대로 맑은 순두부 국이라 밥이랑 같이 먹기엔 좀 심심한 감이 있을 것 같았다(일행 중 한 명이 순두부 백반을 시켜서 한 술 떠본 결과 실제로도 그렇다).
그리고 음식이 나왔다.
한 15분 정도 기다렸더니 메뉴가 나왔다. 바로 국물부터 쳌.
흠~ 강릉 초당동 초당순두부길에서 초당 순두부 찌개를 시켜보니 하얀 건 두부요 빨간 건 국물이로다.
상차림은 기본 찬으로 깍두기, 김치, 멸치, 콩비지, 된장국? 같은 거.
두부는 따로 시켜야 한다. 반 모에 7천원. 왠만해선 시키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두부는 맛있었지만, 시중가의 몇 배를 주고 먹을 정도까진 아니었다. 같이 나온 간장도 참기름 한방울 떨구지 않은 윤기없는 장맛이라 두부랑 썩 어울리진 않았다. (어렸을 적 동네 어귀에서 종소리 듣고 뛰쳐나가서 사오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간장에 찍어먹는 그 맛을 생각하면 안된다. 그냥 글자 그대로 두부 반 모일 뿐)
돼지 국밥처럼 진한 육수 맛이라거나 이런 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따로 베이스가 되는 육수가 있진 않고 수돗물이나 두부물에 다대기와 바지락, 순두부를 넣고 펄펄 끓여낸 것 같았다. 따로 육수를 제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국물맛이라니. MSG를 의심해봄직 하다.
한 뚝배기에 들어가 있는 모시조개는 대충 4~5개 정도. 그나마 있는 놈들도 조갯살이 위 아래 껍질에 눌어붙은걸 보면 싱싱한 재료는 아니다. 본인은 처음 처음 한 개만 조갯살을 발라먹고 나머진 싹 버렸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계란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
순두부 자체는 꽤 고소한 맛이 있었다. 급식에서 흔하게 먹던 푸딩같은 순두부는 아니고, 약간 콩비지와 만두 속에 들어가는 으깬 두부의 중간 정도? 되는 형태의 순두부였다. 애초에 내가 순두부라는 식재료에 깊은 고찰을 했던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순두부가 진짜 순두부가 맞는 건지, 순두부라고 정의되는 두부는 정확히 어떤 제조과정을 거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콩비지 뭉쳐놓은 것 같은 느낌도 살짝 나긴 했지만..
전체적인 총평은
"해장에 좋을 듯한 맛이다. " 정도 되려나.
단점은, 뚝배기에 들어간 식재료를 생각하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국물맛.
이라는 점에서 아마도 MSG.
물론 본인은 MSG 중독자이기 때문에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아, 참고로 이 집은 수요미식회에 출연했던 맛집이라고 한다.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도, 콩고기가 소고기에 비빌 수 없듯이 순두부는 두부의 벽을 넘을 수 없는 것이다.
다음 번에 강릉을 방문한다면, 꼭 교동짬뽕을 먹으리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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