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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동 하노이 - 근본, 정통, 로컬. 현지 스타일 쌀국수 전문점

Julnet 2024. 3. 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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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점심은 원래 신성동 중국집 낭랑에 가서 간짜장 뿌시고 오려고 했었는데, 토요일 휴무크리... 명불허전 연구단지 장사하는 신성동 음식점은 토요일은 휴무인 음식점이 꽤 된다. 그래서 오늘은 벼르고 벼르던 둔산동 하노이로 출동함. 어제도 쌀국수, 오늘도 쌀국수.....ㅇㅅㅇ... (아 요새 메뉴 선정이 버라이어티하지가 않네)

어쨌든 그래서 찾아간 곳. 둔산동 하노이 쌀국수 되시겠다. 희한하게 티맵으로 검색하면 안나와서, 둔산로 123번길 21 로 검색해서 엠시티타워 건물찍고 찾아갔다.

위치는 시청역 법원 앞에 먹자골목 중간 쯤에 있고, 건물 주차장도 꽤 큰편에다가 식당 이용시 건물 지하주차장 무료주차 1시간인가 2시간인가 가능해서 꽤 편하게 먹고 올 수 있다. 중요한 내용이니깐 크게 써드림.

주차가능. 지하주차장 4층까지 있고, 입구 넓음. 개꿀딱

둔산동 하노이 가게 전경

사진에 왼쪽에 보이는 곳이 지하주차장 입구. 주차장 출입구는 꽤 넓어 보였고 출입에 크게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나는 운좋게 가게 옆 노상에 자리가 있어서 거기에 댔다. 지하주차장 좁은데 잘못 들어갔다가 긁어먹은 적이 두어번 있어서 그 뒤로는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넓직한 곳 말고는 지하주차장에 거의 안들어가는 편이다. 근데 다음에 올 때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 왜냐면, 저 건물이 둔산동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축 상가빌딩(21년도에 완공됨)이라서, 주차장이 굉장히 넓고 입구 출입도 수월하게 되어있다.

둔산동 엠시티타워 건물. 출처: 네이버 지도 거리뷰

주차장 사진을 찍어둘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여튼, 왼쪽 구석탱이에 전광판 같은 걸 보면, B1~B4까지해서 지하주차장이 무려 4층까지 있다. 시청에서 밥 먹을 때마다 솔직히 주차 개같아가지고 유료주차장 자주 가는데, 이런 편의시설 하나하나가 유쾌한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식당 선정의 기준이 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둔산동 하노이 - 외부 전경

외벽 간판에는 여기가 본점이라고 써 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도안동인가 원신흥동인가에 있는 게 본점이라고 한다. 가게 간판도 똑같고, 메뉴도 거의 똑같은데 차이가 있다면 고명으로 올라가 있는 쇠고기 부위가 좀 다른 것 같다. 원신흥동에 있는 가게는 좀 더 두꺼운 양지가 들어가 있다. 개점시기로 따지면 둔산동 하노이가 도안동?원신흥동? 하노이보다 한 2년 정도 늦는 것 같다.

사진 두어장 찍고 바로 가게로 입장.

가게 내부1

오후 세시 넘어서 방문하니 일반인은 밥 다쳐먹고 한창 노는 시간이라 그런가, 불안하게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이런 시간에 식당을 방문하면, 점심 장사 끝나고 저녁 장사 준비 시작할 때까지 브레이크 타임인 곳들도 많아서 까딱하면 밥을 못먹을 수도 있다.

현지인 직원분께서 어색한 발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신다. 들어가면서 동시에 "지금 식사 되나요?" 하고 물어봤는데, 다행히 식사 된다고 들어오라고 하심. ㅋㅋ요시.

가게 내부는 동남아 느낌이 물씬 풍긴다. 본인이 베트남 하노이는 안가봐서 하노이에 있는 가게들이 이런 느낌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이나 천장에 있는 갓등이라거나 벽에 걸려있는 그림과 개나리색의 페인트 같은 것들은 필리핀에서 많이 본 기억이 난다. 살짝 추억이 되살아나는 느낌.

 
 

차라리 파노라마로 찍을 걸 그랬나... 싶은 가게 내부 2

 

깔끔. 테이블 위에 광도 나고 기름기 하나 없이 뽀득뽀득하다. 이런 거 은근히 기분좋지. 아무도 없어서 신나게 사진찍고 있었는데 바로 물을 가져다 주셨다.

모든 테이블에 태블릿 키오스크가 있어서 그걸로 주문하고 계산하면 된다. 영수증은 따로 안나오던데... 영수증 출력 옵션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

 
 

주문용 키오스크

쌀국수 전문점이라기보단, 베트남 음식 전문점이라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쌀국수, 팟타이, 볶음밥, 월남쌈, 분짜, 사이드에도 넴, 반미 등등 베트남 식당에서 찾을 만한 음식은 전부 구비되어 있다. 둔산동에 위치해있는 만큼 서구권 중에 둔산, 갈마, 월평 등 주변 동네에서는 배달의 민족 등을 통해서도 배달 주문도 가능하다. 비오는 날이나 나가기 귀찮은 날에는 배달도 괜찮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보통 베트남 쌀국수집이면 대표메뉴가 양지쌀국수인데 여기는 양지쌀국수에 두가지 옵션이 있다. 익힘소고기와 덜 익힌 소고기.

들르기 전에 지인한테 추천받은 메뉴는 덜익힌 소고기였기에, 쌀국수(덜익힌 소고기) + 넴으로 주문했다. 처음 방문한 쌀국수집에는 꼭 저거 두가지를 시키는 게 언제부턴가 습관이 된 것 같다. 실패해도 그럭저럭 먹을 만한 보편적인 메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는 집과 못하는 집의 급차이가 확실하게 나는 메뉴가 바로 저거 두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육수의 차이, 면이 익은 정도의 차이, 그리고 튀김류의 기름 처리하는 등의 디테일한 스킬의 차이랄까.

요리 스킬하면 떠오르는 웍헤이나 불맛 같은 건, 의외로 가게에 따라 볶음요리에서 차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왜냐면 다 맛있거든. 웍으로 볶았는데 맛이 없다면 진짜 심각한 거다. 베트남 요리, 태국 요리, 중국요리, 일본식 중국요리 등등 웍을 사용하는 요리는 많지만 하나 같은 공통점은 재료를 볶는 순서와 소스를 첨가하는 타이밍 등등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중간중간 불 세기를 조절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화덕에서 강한 불로 볶아내기 때문에 보편화된 순서를 무시하고 그냥 자기 내키는 대로 볶아서 내놓는 집은... 장사할 의지가 없다고 봐야한다.

역시나 주문하고 열심히 사진찍고 있는데, 금방 메뉴가 나왔다.

 

메인메뉴 등장이요~

쌀국수 같은 경우는 육수가 항상 준비되어 있기도 하고 면만 삶아서 내놓으면 되서, 아주 빠르게 나오는 메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생면을 사용하는 집이면 대충 5분에서 10분. 국수면을 사용하는 집은 주방에 주문이 전달되고 대충 5분 정도면 충분히 나온다.

국수면이 더 빨리 나오는 이유는, 면을 미리 물에 불려두기 때문. 실제로 육수에 담궈 데치는 시간은 1~2분 정도밖에 안걸린다. 그 이상 삶게되면 면이 퍼지고, 불려두지 않고 곧바로 삶으면 쌀국수면의 퀴퀴한 냄새가 육수에 스며들어서 전체적인 음식맛을 해치게 될 수가 있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 국수류에는 전부 적용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라면 건면과 국수면과의 차이는 건조과정에 있다. 국수면은 길게 늘어뜨린 상태에서 빨래 널듯이 걸어두고 자연건조를, 건면은 라면 형태의 모양을 잡은뒤에 열풍건조를 진행한다.

동일하게 생면을 사용하는 에머이와는 다르게 폭이 4~5 mm 정도되는 넓은 면이다. 보통 쌀국수면이 국물 쌀국수는 폭이 좁은 면(2~3 mm 정도)을 쓰고, 볶음쌀국수인 팟타이에는 넓은 면을 쓰는데 여기는 일괄적으로 넓은 면을 쓰는 것 같다. 면이 넓다고 해서 칼국수 같은 식감은 전혀 아니니, 쌀국수 러버라면 기대해도 괜찮다. 굳이 에머이와 비교하자면, 에머이보다는 면의 탱탱함이 살짝 덜하다. 원래 쫄깃 탱탱하면 쌀국수가 아니라 중화면인 것이지..

참. 고수는 기본으로 안들어가 있어서 추가를 해야한다.

좀 더 가까이에서 감상하자.

생면 쌀국수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크게 한 젓가락 호로록 했을 때 푸석푸석하지 않고 입 안에서 적당한 분리감이 느껴지는 야들야들한 식감이다. 하노이도 마찬가지. 생면 특유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국물이 진짜로 맛있었는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식재의 향이 어우러져서 개운하면서도 감칠맛나는 국물을 맛볼 수 있다.

역시나 로컬, 현지맛을 고집한다면 국물을 우릴 때 타협없이 향신료를 잘 사용해야 하기마련. 팔각, 코리앤더(고수씨앗), 큐민 등을 적절한 비율로 잘 우려낸 것 같다. 다른 비법 향신료도 들어가는진 모르겠는데, 고기육수의 감칠맛을 베이스로 한약재 같은 향과 딱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고수향, 그리고 끝맛에서 카레향 같은 부드러운 맛이 난다.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동생한테서, 유명한 족발집에서 족발 삶는 족물의 재료와 비율이 탑시크릿이고 액기스 페트병 하나에 몇백만원씩 받고 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쌀국수 맛집은 육수 우리는 스파이스백의 향신료 비율이 탑시크릿이 아닐까. 대충 버무리면 다 맛있는 주물럭이나 제육볶음 양념하고는 많이 다른 것 같다. LK99마냥 그 많은 원소들이 특정 비율로 한데 어우러지는 황금률은 수많은 반복 실패를 통해 얻어지는 레시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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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본찬으로 같이 제공되는 홍고추 몇조각을 넣으면 더 잘 어울린다. 옆에 양념통에 매운 고춧가루도 있어서 그걸 넣어도 되기는 하는데, 그건 너무 매울 것 같고. 그냥 홍고추 조각 넣고 우러나오는 정도만으로도 살짝 끝맛에 매콤한 포인트를 주기 충분하다. 홍고추 옆에는 작은 레몬 한 조각도 같이 나온다. 상큼한 신맛을 좋아한다면 국물에 레몬 즙을 짜넣는 걸 추천. 나는 뭐... 신맛 안좋아해서 안넣었다.

육수맛이 사기라서 그런가. 한 젓가락을 평소보다 더 크게 뜨게 된다. 나는 평소 쌀국수 양파슬라이스는 거의 안먹는 편인데도, 숙주와 면, 그리고 그 위에 몇개씩 얹어지는 쪽파가 한번에 입안에 들어왔을 때 각 재료들의 향과 식감이 국물이 정말 조화롭게 밸런스를 잡아줘서 어느 것 하나 튀는 향 없이 골고루 즐길 수 있었다. 진짜로 자극적인 드레싱이나 냄새를 너무 싫어해서, 조금만 튀려고 하는 드레싱이나 허브류들은 싹다 걸러내는데. 이 정도로 잘 어울릴 줄이야.

넴. 또는 넴란이라고 하는 베트남의 군만두

똠얌꿍을 좋아하는 이유처럼, 하노이 쌀국수도 앞으로 매우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참고로 고명으로 올라간 소고기는 부드럽긴 부드러웠지만.. 뭐 여타 다른 데서 먹는 고명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냥 단순하게 국물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으니, 다음에는 직화 소고기 쌀국수나 아니면 다른 고명이 올라간 쌀국수를 주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양은 조금 아쉬운 정도. 들어가 있는 숙주에 비해 면은 조금밖에 안들어있다. 다행히 면추가 비용은 1,500원이었지만... 키오스크 또 누르기가 귀찮아서 추가 주문은 안했다. 첫 주문할 때 면추가를 같이 시키면, 다른 그릇에 추가된 면만 육수에 따로 담겨서 오기에(이게 쌀국수집 국룰임) 한번에 조리해서 나오는게 아니라면, 온전한 쌀국수 한그릇에 비해 맛의 비율이 살짝 달라진다... 정말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면, 면추가를 하지말고 차라리 다른 메뉴를 추가해서 먹는게 낫다.

감탄하면서 쌀국수를 절반정도 먹으니 금새 주문한 넴이 나왔다.

역시나 쌀국수집 넴의 근본은 함께 제공되는 피쉬소스. 이 피쉬소스 역시 보통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내 주변에서 이 피쉬소스가 호인 사람들은 대부분의 피쉬소스가 다 맛있고, 불호인 사람들은 대부분의 피쉬소스가 다 맛없다고 하는 극과 극의 소스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대부분 넴은 밑간이 되어 있어서 굳이 뭐 소스 안찍어도 맛있다는 것.

음식이 정갈하게 담겨나와서 사진이 역시 예쁘게 담기는 것 같다. 화이트 밸런스 맞추기 너무 좋다는...b

한입 먹어봐도 됩니까? "넴"

넴은 총 4조각이 나온다. 6조각 짜리도 메뉴에 있긴 있다. 원래 넴은 세로로 길게 되어 있어서 몇조각이다 라고 하면 보통은 반으로 잘라서 한 조각으로 친다. 그게 아니라면 김밥 세듯이 몇줄이라고 써져있다. 넴은 평범하게 맛있는, 흔히 알고 있는 그 맛이다. 응. 고기맛.

생각보다 훨씬 맛있어가지고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본문이 굉장히 길어졌다.

총평: 4.4 / 4.5

기본으로 포함된 면의 양이 조금만 더 많았으면 4.5 줄 뻔 했는데!!!! 아.. 그게 아쉬워서 0.1점 깎았다.

다음에는 탄방동에 있는 8482하고, 갈마육교 밑에 있는 가도누들에 방문해보고 큰 이변이 없으면 서구 쌀국수는 여기로 굳힐 것 같다. 맛도 좋은데 주차장도 넓다? 이건 뭐 끝났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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