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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zen AP1011-58A(씨티즌 문페이즈 구형)

Julnet 2021. 6.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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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6(토), 씨티즌 구문페 사진 업데이트함.

 

2021-05-15(토)

원래 나는 쿼츠시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절대 내 돈 주고는 사지 않는편이다.

시계를 산다면 '오토매틱'이거나 아니면 지샥같은 완전히 '전자 시계'이거나.

나는 시계를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완벽한 기계적인 시스템'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시스템에 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에서부터 기어 하나하나가 맞물려서 핸즈에 전달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정말이지... 공학을 넘어서 예술에 가깝다.

이 예술의 정점은 '오토매틱' 시계에서 발현한다.

적당한 기계적 특성을 가진 금속을 얇은 판으로 펴내어 휘어질 수 있는 연성을 부여하고
소성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 한계에서 여러번 감아 태엽의 형태로 만든다.

이것을 손으로 감으면, 기계식 수동 시계가 되고
추를 달아서 손목의 흔들림이 태엽을 감아주면 기계식 자동 시계가 되는 것이다.

이 태엽으로부터 제공되는 동력은 당연히 태엽이 많이 감겨 있을 수록 강하지만,
기계식 시계에서는 여기에 특별한 동력 제어 장치를 추가하여 일정한 힘으로 변환시켜준다.
(시계를 제외하고는 전자 회로의 전압 레귤레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걸 볼 수 있는 기계 장치를 일상에서 찾아보긴 힘들다.)

 


그런데, 어제 나는 쿼츠 시계를 하나 샀다.

일명 씨티즌 구문페라고 불리는 시계인데
정식 모델명은 'AP1011-58A'이며, 나중에 이 모델이 리뉴얼되어 재발매 되었기 때문에
시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구문페와 신문페로 나뉘어 불리우고 있다.

가격은 문페이즈 치고 매우 착하다. 아마 출시 당시에 30~50 사이로 출고가 되었을 것 같은데
현재는 단종된 상태로 신품은 구할 수 없고 중고로 쉽게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꽤 괜찮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
이게 한 5~6년 정도 전 쯤에는 남친 선물용 시계로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

현재 중고 매물은 상태에 따라서 약 12~15만원 사이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근데 마침 어제 당근마켓에 10만원짜리 매물이 올라온 것을 보았다.
3초 고민하고 바로 출발.

심지어 씨티즌 정품 가죽줄과 메탈줄 코빠진거 하나도 없이 풀박스 + 보증서.

메탈줄로 갈아끼기 귀찮아서 일단은 그냥 가죽줄로 착용을 했는데, 가죽줄의 착용감이 꽤 괜찮다.
전 주인이 연화작업을 잘 해두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생긴 건 이렇게 생겼다.


크... 이 귀엽고 앙증맞은 워치페이스를 보라.
하단에는 문페이즈가, 좌측과 우측에는 각각 요일과 월이 표시된다.
그리고 시침과 분침은 적당히 클래식한 바늘 형태로 되어 있고 여기에 초침은 유광의 금속핀으로 되어있다.

이 시계의 매력적인 부분은, 일자를 나타내는 침이 유광 메탈이며 끝부분에 파란색의 톱니바퀴 장식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IWC의 어린왕자.... 그 어린왕자 간지를 저렴하게 덜어낸 느낌으로 살짝 맛볼 수 있다.
이런 게 갬성이지.


 그리고 이 시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글라스.
돔 글라스가 미네랄 글라스라 기스가 잘 찍힌다...ㅂㄷㅂㄷ.... 이게 장점이자 단점인 이유는 가격이 착하니까...
가격이 착한 이유가 값싼 유리도 한 몫을 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빛에 비춰보면 파란 코팅이 살짝 보이는데, 이게 AR코팅인지 아니면 파란색이 비쳐서 그런건진 잘 모르겠다.

-_-... .해밀턴 카키필드에도 AR 코팅이 안들어가는데 여기에 해줬을리가 없다는... 생각이...

착용샷이랑 정품 가죽줄 상태.

손목 두께에도 딱 맞고, 적당한 다이얼 크기와 적당한 시인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클래식한 감성을 넣고 싶었는지 글라스가 돔형으로 되어 있어서
보는 각도에 따라 약간 돋보기처럼 확대되는 특유의 굴곡진 맛이 느껴진다.

정품 가죽줄의 경우 러그 부분은 두껍게, 버클 부분은 얇게 설계가 되어 있어서
안정감과 착용감이 좋게 느껴지는 듯 하다.

보통의 저렴이 싸제 가죽줄의 경우 그냥 통짜로 되어 있어서 시계를 장착하고 버클을 체결하는 순간
러그의 양 옆 부분에 공기구멍이 생긴다. 이런 경우 아무리 연화시키고 잘 맞춘다고 해도
손목 위에 안착되는 편안함과는 안녕이며, 위에서 볼 때도 손목 양 옆 부분이 떠버려서 모양이 예쁘지 않다.

씨티즌 구문페는 쿼츠 시계라서 초침 돌아가는 맛은 별로 없다.
에코드라이브와 디자인으로 다 해쳐먹는 시계.

그래도 쿼츠시계지만 에코드라이브라서 배터리 가느라 귀찮을 일은 없으니 다행이다.

아, 그리고 시계 조정 방법은 기록으로 꼭 남겨둬야해서(진짜 까먹고 매뉴얼 없으면 답이 없다) 남기자면

(1) 4시 방향 용두를 한 칸 빼고 아래로 돌린다 -> '일짜'(숫자로 된 거) 조절
(2) 4시 방향 용두를 한 칸 빼고 위로 돌린다 -> 문페이즈
(3) 4시 방향 용두를 두 칸 빼고 아래로 돌린다 -> 분침 조절
(4) 3시 방향 용두의 가운데를 클릭한다 -> 월 조절

시간을 맞추는 순서는 우선 분침을 돌려서 시간과 요일을 맞춘다.
요일은 따로 조정이 안되고 그냥 분침을 돌려서 24시간이 지나가면 한칸씩 움직인다. 정확히는,
오전 3시~4시 경에 한칸씩 움직인다.

이렇게 월, 시간, 요일을 맞추면 '일짜'를 맞추고 그 후에 월을 맞춰야 한다.

문페이지는 대충 천문관 홈페이지 아무데나 들어가서 월령을 보고 설정하도록 하자.
시간 조정하는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연동된 다이얼들을 기준으로 두 번 고생하지 않게..

그리고 용두를 돌릴 땐 꼭 손목에서 시계를 빼고 돌려야 한다.
괜히 용두에 위아래로 힘들어간 상태에서 토크를 줘버리면 기어가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기어 축이 나갈 수도 있다. 여튼 뭐 그렇다고..

ps. 이런 건 일본이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갈 때 구매했던 지샥 라이즈맨도 솔라 터프라고 해서 지샥만의
태양광 충전 기술이 들어갔는데 전역한지 10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멀쩡하게 작동한다.
에코드라이브의 효율이 어느 정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뭐... 비슷하게 버텨주지 않으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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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6(토) 내용 추가

 

현재는 가죽줄의 가죽고리가 떨어져서, 메탈 브레이슬릿으로 교체했다.

ㅠㅠ... 메탈줄도 굉장히 잘 어울리고 여름을 맞아 특히 시원한 맛이 있긴 있는데

생각보다 줄 길이 조절하기가 생각보다 귀찮다는 단점과

무게가 꽤나 묵직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브레이슬릿 자체의 착용감이나 유격같은 완성도는 해밀턴보단 살짝 떨어지지만

뭐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퀄리티인 것 만해도 감지덕지지 뭘...

 

이 가격대에서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 양심이 없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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